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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생각한다. 번데기에서 애벌레는 자란다. 그는 생활하며 진화한다. 그 우울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져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짜증만 늘었었다. 꼭 머리와 발만큼의 길이의 번데기는 (아마도) 19평의 임대아파트만큼 커지고, 침묵했다-. 그 다음엔 진화다운 진화가 시작 된다.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하루 종일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그는 진화했다. 장학금을 타고 여자의 존재를 재인식하며 누구에게나 인생은 하나의 고시와 같은 것이 아닐까, 나방이 될지는 모르겠다. , 말이다. 그냥, 정숙해야만 하는 방 안에서, 김 검사도 애벌레, 결국엔 인천이 되고 남한반도가 되고 태평양을 넘어 지구만큼 커지는 걸까. 지금 그는 고시원만큼의 번데기껍질을 벗었으니 이젠 19평 임대아파트만큼의 번데기를 벗을 차례가 아닐까.’라고 고쳐졌으면 좋겠다, 하고 마냥 멍하게 있었다. 고시원의 이미지는 이중적이다. 애벌레처럼. 김영하의 「퀴즈쇼」를 생각한다. 그리고 박민규의 소설은 애벌레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아름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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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고시원체류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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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고시원체류기

 

갑을고시원체류기

 

REPORT

김승민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읽고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겨울방학을 맞은 1월 1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으므로 자율학습을 해야 했고 학교에 등교해야 했다. 그때 내 동생은 7살이었다. 띠 동갑인 내동생도 방학을 맞았다. 부모님은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동생은 내 몫이었고 유치원 종일반의 일주일간의 방학에 맞춰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었다.

생각해보면 방학 같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의 방학동안 자율학습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때는 마냥 싫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서 좋은 것도 하루이틀이지 삼일 째가 되자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 우울은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져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짜증만 늘었었다.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하루 종일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가 밥을 먹고 다시 컴퓨터를 했다. 가로세로 네모난 천장을 보고 누워서 새해가 왔는데 나란 인간은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마냥 멍하게 있었다. 애벌레처럼. 갑을고시원은 사실 번데기와 같다. 관(棺)만한 크기의 번데기. 그 안에서 주인공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그저 ‘산다’. 1센치미터의 베니어판을 사이에 두고 소리 없이 방귀를 끼고 워크맨을 듣지 않으며 코를 눌러 짜며 산다. 먹고 눈뜨고 생활하다가 배설하고 잠든다. 주인공도 애벌레, 김 검사도 애벌레, 옆방 여자도 애벌레, 그 옆방의 옆방 여자도 애벌레인 것이다.

주인공은 친구가 짐을 옮겨다주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하는 - 새겨듣기에 따라 화가 나거나 서운하거나 서러움이 북받치기에 충분한 말-을 들으면서 그저 ‘외롭다’라고 느낀다. 그리고 늘 혼자였다 - 좁고, 외롭고, 정숙하고, 정숙해야만 하는 방 안에서, 웅크리고 , 견디고, 참고, 침묵했다-.

김영하의 「퀴즈쇼」를 생각한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이 있었다. 고시원에서 ‘살았던’것 뿐만이 아니다. 그는 컴퓨터로 채팅방에서 퀴즈를 풀었고, 채팅방에서 만난 여자에게 사랑을 느꼈으며 결국엔 그녀를 현실세계에서 만나기까지 이른다.

박민규 소설의 주인공은 어떤가. 그저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도 386컴퓨터를 지키기 위해 조용히 빠져나온다. 고시원에서 배우게 된 우아한 걸음으로.

1인 1실의 고시원은 자신의 공간에 타인을 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간의 주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박민규 소설의 주인공이 386컴퓨터로 무엇을 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그의 생활묘사에 치중할 뿐이다. 그는 생활하며 진화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처음엔 고시원 생활의 적응에 가까운 진화였다-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등뒤의 화장실에서 우렁찬 소변 소리에도 무감각하고, 그 문이 벌컥 열리며 여자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는-. 그 다음엔 진화다운 진화가 시작 된다. 장학금을 타고 여자의 존재를 재인식하며

누구에게나 인생은 하나의 고시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만약 좁아터진 고시원 방에서 그가 시원하게 방귀를 뀌고, 창문이 있어서 그것을 벌컥 열고 상쾌한 기분으로 뒷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진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른 방향으로 진화가 되거나, 변화가 없었을 것 같다. 진화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 그냥, 그는 진화했다. 번데기에서 애벌레는 자란다. 그도 자랐다. 그가 마지막에 고시원을 긍정한다.‘나는 비교적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 특이한 이름의 고시원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쥐의 몸에서 자라난 사람의 귀를 이해하듯, 엉뚱하게도, 말이다. 결국 시간은 우리의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어쩌면 나는 그 밀실에서 살고 있다는 기분이다.’

비록 그의 문장이 ‘어쩌면 나는 그 밀실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고쳐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직도 그는 밀실에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고시원 방을 번데기에 비유 한 것이 틀렸나,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이 세상 전체를 번데기로 보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꼭 머리와 발만큼의 길이의 번데기는 (아마도) 19평의 임대아파트만큼 커지고, 24평 아파트만큼 자라나서 건물 한 채가 되었다가, 결국엔 인천이 되고 남한반도가 되고 태평양을 넘어 지구만큼 커지는 걸까. 그 번데기를 찢고 나오는 그는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일까 상상한다. 지금 그는 고시원만큼의 번데기껍질을 벗었으니 이젠 19평 임대아파트만큼의 번데기를 벗을 차례가 아닐까.

고시원의 이미지는 이중적이다. 처음에 떠올렸던 현대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한 개인을 가두는 배경인 동시에, 어쩌면 그 개인이 숨어들어 몰래 성장하게 되는 공간.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될지, 나방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박민규의 소설은 애벌레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고시원을 긍정하는 작은 진화를 말한다. 그러므로 애벌레는 갑작스럽게 날개가 생긴 것이 아니다. 더 큰 번데기를 벗기 위하여 작지만 단단한 뿔, 을 만들어 이마에 달고 고개를 살며시 들어 올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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